간격 반복, 벼락치기보다 오래 남는 이유

간격 반복, 벼락치기보다 오래 남는 이유

간격 반복(spaced repetition)은 같은 학습량을 몰아서 쓰지 않고 며칠에 나눠 복습하는 학습법입니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하면 다음날 시험은 그럭저럭 치를 수 있어도, 한 달 뒤에는 내용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에 걸쳐 나눠 복습한 사람은 다릅니다. 자격증 공부든 외국어 단어 암기든, 붙잡고 있는 시간의 총량은 비슷한데 한 달 뒤에 남는 양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차이를 100년 넘게 반복 검증해 왔습니다.

에빙하우스가 처음 기록한 간격 반복의 패턴

1885년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저서 「기억에 관하여」(Über das Gedächtnis)에서 학습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속도를 그래프로 정리했습니다. 이른바 망각 곡선입니다. 그는 실험 과정에서 같은 분량을 하루에 몰아서 반복할 때보다 여러 날에 나눠서 반복할 때, 같은 수준으로 외우는 데 필요한 총 반복 횟수가 더 적다는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몰아서 하는 학습보다 나눠서 하는 학습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 관찰이 간격 효과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검증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2006년 니컬러스 세페다 연구진은 간격을 둔 학습과 몰아서 하는 학습을 비교한 271건의 사례를 모아 분석했는데, 그중 259건에서 나눠서 복습한 쪽이 더 잘 기억했습니다. 열 건 중 아홉 건 넘는 비율로 결과가 한쪽으로 쏠린 셈이라, 일부 실험의 우연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규모입니다. 2021년 안 라티미에 연구진의 메타분석도 29건의 개별 연구를 다시 검토해, 간격을 둔 인출 연습이 몰아서 하는 연습보다 뚜렷하게 낫다는 결론(효과크기 g=0.74)을 내놓았습니다. 하나의 실험이 아니라 한 세기 넘게 이어진 여러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 셈입니다.

복습 계획으로 옮기면

원리는 단순하지만 실행은 간격을 얼마나 둘지 정하는 데서 갈립니다. 배운 직후 한 번, 며칠 뒤 한 번, 다시 몇 주 뒤 한 번으로 간격을 점점 늘려 가며 다시 떠올리는 방식이 기본 틀입니다. 이때 자료를 눈으로 다시 읽기보다, 보지 않고 먼저 떠올려 본 뒤 확인하는 쪽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점도 같은 연구 흐름에서 함께 확인됩니다. 하루에 한 과목만 몰아서 붙잡는 대신 여러 과목을 조금씩 나눠 매일 복습하는 일정으로 바꾸면, 같은 공부 시간을 들이고도 남는 분량이 달라집니다. 단어장이나 문제집을 한 번에 끝까지 훑고 덮어 버리기보다, 하루 치 분량을 정해 두고 어제 본 것과 그제 본 것을 짧게라도 다시 확인하는 순서를 끼워 넣는 편이 이 원리에 가깝습니다.

벼락치기가 더 나아 보이는 이유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벼락치기로 돌아갑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는 1994년 발표한 글에서 이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몰아서 공부하면 방금 본 내용이 유창하게 느껴져 실제보다 더 잘 배운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가 이름 붙인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개념에 따르면, 오히려 다시 떠올리기 힘들 만큼 시간이 지난 뒤에 어렵게 회상을 시도하는 편이 기억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공부하는 동안 느끼는 편안함과 실제로 남는 기억량이 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라, 간격을 둔 복습은 하는 도중에는 오히려 더 힘들고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시험 직전에 훑어본 내용이 술술 읽히면 안심이 되지만, 그 매끄러운 느낌은 시험지를 눈앞에서 치우는 순간 빠르게 흐려지는 기억과는 별개의 감각이라는 점을 비요크는 반복해서 지적했습니다.

그 불편함을 결과가 아니라 정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방법을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입니다. 효과는 자료의 성격과 개인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간격 반복은 모든 과목에 똑같이 잘 통하나요?

세페다 연구진이 검토한 271건의 비교는 대부분 단어나 사실을 기억하는 과제였습니다. 라티미에 연구진의 2021년 메타분석 역시 인출 연습을 중심으로 본 결과입니다. 암기 요소가 큰 학습에서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확인되었으며, 이해와 응용이 중심인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검증된 효과 크기는 암기 과제 쪽에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복습 간격은 며칠로 정해야 하나요?

정해진 표준 간격은 없습니다. 에빙하우스 이후 연구들은 배운 직후, 며칠 뒤, 몇 주 뒤로 점점 늘려 가는 방식을 공통으로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일수는 자료의 난이도와 목표로 하는 기억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출처

  • Ebbinghaus, H. (1885). Über das Gedächtnis. Untersuchungen zur experimentellen Psychologie. Duncker & Humblot.
  • Cepeda, N. J., Pashler, H., Vul, E., Wixted, J. T., & Rohrer, D. (2006). Distributed practice in verbal recall tasks: A review and quantitative synthesis. Psychological Bulletin, 132, 354-380.
  • Bjork, R. A. (1994). Memory and metamemory considerations in the training of human beings. In J. Metcalfe & A. Shimamura (Eds.), Metacognition: Knowing about Knowing (pp. 185-205). MIT Press.
  • Latimier, A., Peyre, H., & Ramus, F. (2021). A meta-analytic review of the benefit of spacing out retrieval practice episodes on retention.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33, 959-987.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구매자에게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같이 읽어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