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연습, 뒤섞어 공부하면 오래 남는 이유

교차연습, 뒤섞어 공부하면 오래 남는 이유

교차연습(interleaving)은 한 유형을 끝까지 풀고 다음 유형으로 넘어가는 대신, 여러 유형을 뒤섞어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순서를 섞는 이 방식은 UCLA의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가 1994년에 제시한 “바람직한 어려움” 이론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바람직한 어려움이란 연습 과정을 일부러 힘들게 만들어 그 순간의 성과는 떨어뜨리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억에 더 오래 남도록 돕는 학습 조건을 가리킵니다. 다만 교차연습은 모든 공부에 똑같이 통하지 않으며, 효과가 자료의 성격에 따라 갈린다는 점까지 이후 연구로 검증되어 있습니다.

교차연습이 뚜렷하게 통하는 영역

2007년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의 더그 로러와 켈리 테일러는 대학생들에게 여러 유형의 수학 문제를 풀게 하면서, 한 집단은 유형별로 묶어서(블록 방식) 풀게 하고 다른 집단은 유형을 뒤섞어 풀게 했습니다. 연습 도중에는 뒤섞어 푼 집단의 성적이 오히려 낮아 보였지만, 일주일 뒤 다시 치른 시험에서는 뒤섞어 푼 집단이 블록 방식 집단을 크게 앞섰습니다. 문제 유형을 뒤섞어 풀려면 “이 문제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하는데, 이 판단 과정 자체가 학습을 다지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08년 UCLA의 네이트 코넬과 로버트 비요크가 진행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여러 화가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한 집단에는 화가별로 몰아서, 다른 집단에는 화가를 뒤섞어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한 번도 보지 않은 새 그림을 제시하고 어느 화가의 작품인지 맞히게 하자, 뒤섞어 본 집단의 정답률이 더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 스스로는 몰아서 본 쪽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체감과 실제 성적이 반대로 나타난 셈입니다.

오히려 방해가 되는 영역

2019년 뷔르츠부르크대학교의 마티아스 브룬마이어와 토비아스 리히터는 교차연습을 다룬 연구 59건, 효과크기 238개를 모아 메타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평균 효과는 중간 정도(Hedges’ g=0.42)로 나타났지만, 자료 종류에 따라 방향 자체가 갈렸습니다. 회화 같은 시각 자료에서 효과가 가장 컸고(g=0.67), 수학 문제에서는 그보다 작은 효과(g=0.34)였던 반면, 외국어 단어 암기 같은 과제에서는 오히려 유형별로 묶어서 반복하는 블록 방식이 더 나았습니다(g=-0.39). 이 메타분석은 그 이유로 범주 사이의 유사성과 범주 안의 다양성을 지목했습니다. 서로 헷갈리기 쉬운 범주를 구별해야 하는 과제일수록 교차연습이 유리했고, 단어와 뜻처럼 하나씩 그대로 저장하면 되는 과제에서는 뒤섞는 과정이 오히려 방해로 작용했습니다.

내 공부에 적용할지 판단하는 법

지금 다루는 내용이 “여러 후보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구별”해야 하는 공부인지 먼저 나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수학 문제 유형 판별, 미술 양식이나 자료 분류처럼 항목 사이의 경계를 익혀야 하는 공부라면 교차연습을 적용할 만합니다. 이때는 한 회기 안에 서로 다른 유형의 문제를 두세 종류 섞어 배치하고, 같은 유형이 연달아 나오지 않도록 순서를 조정하는 정도로도 실험에서 확인된 방식에 가까워집니다. 반대로 외국어 단어와 뜻, 인명과 얼굴처럼 개별 항목을 그대로 저장하면 되는 공부라면 굳이 뒤섞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판단 기준을 연습 중의 체감 난이도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로러와 테일러의 연구, 코넬과 비요크의 연구 모두 뒤섞어 공부한 쪽이 연습 당시에는 더 어렵고 성적도 낮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난 뒤의 시험에서는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판단은 며칠 뒤 다시 풀어보는 지연 테스트 결과로 내리는 편이 정확합니다.

교차연습의 효과는 이렇게 자료 성격에 따라 갈리므로, 적용에 앞서 지금 다루는 내용이 항목을 구별하는 훈련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교차연습과 간격을 두고 반복하는 분산학습은 같은 개념인가요?

아닙니다. 분산학습은 같은 내용을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하는 방식이고, 교차연습은 서로 다른 유형을 한 회기 안에서 뒤섞어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두 방식 모두 로버트 비요크가 제시한 바람직한 어려움 범주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기법입니다.

교차연습이 나에게 맞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연습 중의 체감 난이도가 아니라 며칠 뒤 다시 풀어보는 지연 테스트 결과로 확인해야 합니다. 로러와 테일러의 연구에서도 뒤섞어 푼 학생들은 연습 당시 성적이 낮았지만 일주일 뒤 시험에서는 앞섰습니다.

단어 암기에는 어떤 방법이 더 나은가요?

브룬마이어와 리히터의 2019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단어와 뜻을 잇는 암기 과제에서는 교차연습보다 한 묶음을 집중해서 반복하는 블록 방식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g=-0.39).

출처

  • Rohrer, D., & Taylor, K. (2007). The shuffling of mathematics problems improves learning. Instructional Science, 35(6), 481-498.
  • Kornell, N., & Bjork, R. A. (2008). Learning Concepts and Categories: Is Spacing the “Enemy of Induction”? Psychological Science, 19(6), 585-592.
  • Brunmair, M., & Richter, T. (2019). Similarity matters: A meta-analysis of interleaved learning and its moderators. Psychological Bulletin, 145(11), 1029-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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