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기 연속성은 지금의 나와 몇 년 뒤의 나를 얼마나 같은 사람으로 느끼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뇌 활동을 촬영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10년 뒤의 자신을 떠올릴 때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 패턴은 자기 자신을 생각할 때보다 낯선 타인을 생각할 때의 패턴에 더 가까웠습니다. 미루기나 저축 실패처럼 미래를 위한 선택 앞에서 자꾸 물러서는 이유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이 심리적 거리 때문이라는 설명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데릭 파핏이 먼저 던진 질문
이 개념의 뿌리는 심리학 실험실이 아니라 철학 책에 있습니다. 영국 철학자 데릭 파핏은 1984년 저서 『Reasons and Persons』에서 인격의 동일성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 사이의 심리적 연결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기억, 성격, 의도가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이 연결성의 정도가 달라지며, 연결성이 약한 사람이 먼 미래의 자신을 지금만큼 챙기지 않는 태도가 비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철학자의 논증이었던 이 이야기를 측정 가능한 실험으로 옮긴 사람이 당시 스탠퍼드대학교에 있던 심리학자 할 허쉬필드입니다.
2009년 뇌 반응이 드러낸 거리감
허쉬필드와 동료들은 2009년 학술지 「사회 인지 및 정서 신경과학」에 발표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현재의 자신, 10년 뒤의 자신, 그리고 타인을 각각 떠올리게 하고 뇌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자기 인식과 관련된 앞쪽 대상피질(rACC) 부위의 활성 패턴은,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때 타인을 생각할 때의 패턴과 더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차이가 클수록, 다시 말해 미래의 자신을 타인처럼 느낄수록 참가자들은 이후 진행된 금전 실험에서 나중의 큰 보상보다 당장의 작은 보상을 골랐습니다. 뇌 반응 하나만으로 이후의 선택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저축에서는 통했지만 미루기에서는 달랐다
이 발견이 실험실 밖에서도 통하는지는 2011년 후속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허쉬필드 연구팀이 나이 들어 보이도록 합성한 자신의 얼굴을 가상현실로 보여주자,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은퇴 계좌에 배분하겠다고 답한 금액이 뚜렷하게 늘었습니다. 한 실험에서는 나이든 얼굴을 본 집단의 평균 배분액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미래의 나를 구체적인 얼굴로 마주하는 경험이 저축이라는 실제 선택까지 바꾼 셈입니다.
문제는 이 방법이 미루기에도 그대로 통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캐나다 칼턴대학교의 블루앙위동과 파이클이 대학생 193명을 대상으로 4주간 진행해 2017년 학술지 「응용심리학」에 발표한 개입 연구에서는, 미래의 자신을 단순히 생생하게 상상하는 훈련만으로는 미루는 행동이 줄지 않았습니다. 상상이 선명할수록 미래 자신과의 연결감은 올라갔지만, 실제로 미루기 감소와 유의미하게 연결된 요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미래의 자신이 겪을 감정에 공감하며 그 입장에서 헤아려 보는 태도, 즉 공감적 관점 취하기였습니다. 얼굴을 생생히 그리는 것과 그 얼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다른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시도해 볼 방법
단순히 10년 뒤 나를 눈앞에 그리는 것보다, 그 사람이 오늘 미룬 일 때문에 어떤 하루를 보낼지 감정을 넣어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편이 연구 결과와 더 맞습니다. 마감을 넘긴 다음 날 미래의 내가 느낄 조급함이나 후회를 짧은 편지 형식으로 써보거나, 지금 미루고 있는 일을 끝냈을 때와 끝내지 못했을 때 미래의 하루가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대비해서 적어보는 방법이 실험에서 쓰인 개입과 가장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상의 해상도가 아니라 그 상상 속 인물에게 실제로 감정을 이입하는 정도입니다.
다만 이 연구들은 대학생과 성인 표본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효과의 크기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미래 자기 연속성은 누가 처음 제시한 개념인가요?
심리적 연결성이라는 철학적 논의는 1984년 데릭 파핏이 먼저 제기했고, 이를 측정 가능한 심리학 실험으로 만든 사람은 2009년 스탠퍼드대학교의 할 허쉬필드와 동료들입니다.
미래의 나를 생생하게 상상하기만 하면 미루는 습관이 줄어드나요?
2017년 개입 연구에 따르면 상상이 생생할수록 미래 자신과의 연결감은 올라갔지만, 미루기 감소와 실제로 연결된 요인은 그 상상 속 미래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정도였습니다. 상상의 선명함 자체보다 공감이 더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이 개념은 미루기 말고 다른 곳에도 적용되나요?
원 연구는 저축 행동과 금전적 의사결정에서 출발했으며, 이후 학업 미루기를 비롯한 여러 지연 행동 연구로 확장되었습니다.
출처
- Ersner-Hershfield, Wimmer & Knutson (2009),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의 fMRI 실험에서 미래 자신에 대한 뇌 반응이 타인에 대한 반응과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결과 확인
- UCLA Newsroom, “The stranger within: Connecting with our future selves” — 위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설 및 배경 확인
- Hershfield, Goldstein, Sharpe, Fox, Yeykelis, Carstensen & Bailenson (2011),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 나이 든 얼굴을 본 집단의 은퇴 계좌 배분액이 대조군의 두 배 이상이었다는 실험 결과 확인
- Blouin-Hudon & Pychyl (2017), Applied Psychology, 66(2) — 대학생 193명 대상 4주 개입 실험에서 공감적 관점 취하기가 미루기 변화의 유의한 요인이었다는 결과 확인
- Parfit, D. (1984), Reasons and Persons, Oxford University Press — 심리적 연결성(Relation R) 개념의 철학적 원출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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