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설계는 사람들의 선택지를 없애거나 경제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주변 환경을 짜는 방법을 가리킵니다. 이 개념은 흔히 넛지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작 그 정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넛지를 사람을 은근히 조종하는 심리 기술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넛지, 사람을 슬쩍 속이는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넛지를 마케팅이나 화면 설계에서 쓰이는 이른바 어두운 패턴과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원하지 않는 구독을 계속 유지하게 만들거나 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숨겨두는 방식도 넛지의 일종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넛지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자기계발 조언에서 이 개념이 나오면 결국 남을 조종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되묻는 반응도 나옵니다.
탈러와 선스타인이 실제로 정의한 넛지
그러나 이 용어를 만든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정의는 다릅니다. 두 사람은 2008년 저서 「넛지」에서 넛지를, 선택지를 금지하거나 경제적 유인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요소로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에는 두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선택의 자유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고, 그 선택에서 벗어나는 데 드는 비용이 쉽고 저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탈러는 이런 연구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이 책에서 소개한 대표 사례는 은퇴 저축 프로그램인 세이브 모어 투모로우입니다. 탈러가 슐로모 베나치와 함께 2004년 발표한 이 연구에서는, 직원들이 봉급이 오를 때마다 저축률도 함께 자동으로 오르도록 미리 동의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참여자의 평균 저축률은 3.5퍼센트에서 시작해 네 번째 임금 인상을 거친 40개월 뒤 13.6퍼센트까지 올랐습니다. 참여를 강제하지 않았고 언제든 빠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조작이 아니라 선택 설계로 분류됩니다.
왜 조작처럼 보이게 되었나
넛지가 조작과 자주 혼동되는 이유는 이름이 퍼지는 속도가 정의보다 빨랐기 때문입니다. 슬쩍 민다는 단어의 어감만 남고, 벗어나기 쉬워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탈러 본인도 201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넛지, 낫 슬러지」에서, 이 조건을 어기고 사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을 슬러지라 부르며 넛지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선택 설계라는 원래 이름보다 넛지라는 별명이 더 많이 쓰이면서, 정작 그 별명이 가리키는 조건은 뒤로 밀린 셈입니다.
일상에서 선택 설계를 활용하는 법
개인이 이 원리를 쓰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저축액 일부를 자동이체로 미리 떼어 두거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원하는 선택지를 놓아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그 설계에서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스스로 정한 기본값이라도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어 버리면, 그것은 이미 선택 설계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됩니다. 환경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매번 의지를 쥐어짜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 개념이 말하는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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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선택 설계라는 말은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2008년 저서 「넛지」에서 만든 용어입니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넛지를 선택 설계의 한 요소로 설명했습니다.
넛지와 사용자를 속이는 화면 설계는 같은 것인가요?
다릅니다. 넛지는 선택지를 없애지 않고 벗어나는 비용이 낮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탈러는 2018년 논문에서 이 조건을 어기는 설계를 슬러지라 부르며 넛지와 구분했습니다.
선택 설계를 실제로 적용한 사례가 있나요?
탈러와 슐로모 베나치가 2004년 발표한 세이브 모어 투모로우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참여자의 평균 저축률이 3.5퍼센트에서 40개월 뒤 13.6퍼센트까지 올랐습니다.
출처
Richard H. Thaler & Cass R. Sunstein,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Yale University Press, 2008.
Shlomo Benartzi & Richard H. Thaler, “Save More Tomorrow™: Using Behavioral Economics to Increase Employee Saving”,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12(S1), 2004.
Richard H. Thaler, “Nudge, not sludge”, Science, 361(6401), 431,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