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둔 사람들은 흔히 교과서나 노트를 다시 펼쳐 읽는 것을 가장 안전한 공부법으로 여깁니다. 밑줄 친 부분을 다시 훑고 형광펜으로 칠한 문장을 눈으로 따라가면 내용이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익숙함이 실제 기억력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세인트루이스)의 심리학자 헨리 뢰디거와 제프리 카피키는 2006년 학술지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에 발표한 인출 연습 연구에서, 다시 읽는 것과 스스로 떠올려 보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남는 기억을 만드는지를 실험으로 검증했습니다.
재읽기가 앞서는 시간은 단 5분뿐입니다
두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짧은 과학 지문을 읽게 한 뒤, 한 집단에는 같은 지문을 네 번 반복해서 읽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한 번만 읽힌 뒤 나머지 시간 동안 책을 덮고 기억나는 내용을 그대로 적어 보게 했습니다. 5분 뒤 치른 시험에서는 반복해서 읽은 집단이 83퍼센트를 기억해 71퍼센트를 기록한 인출 연습 집단을 앞섰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뒤 다시 치른 시험에서는 순위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반복해서 읽기만 한 집단은 40퍼센트만 기억해 낸 반면, 스스로 떠올리는 연습을 한 집단은 61퍼센트를 기억해 냈습니다. 공부를 마친 직후에는 재읽기가 더 든든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셈입니다.
잘 안다는 느낌과 실제로 아는 것은 다릅니다
재읽기가 여전히 널리 쓰이는 이유는 그 자체로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익은 문장을 다시 보면 뇌는 이건 아는 내용이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는 실제 인출 능력이 아니라 낯익은 느낌에서 비롯된 감각에 가깝습니다. 반면 책을 덮고 빈 종이에 내용을 옮겨 적으려 하면 무엇을 놓쳤는지가 곧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훨씬 힘들게 느껴집니다. 이 불편함이 오히려 기억을 강화하는 신호라는 것이 이 연구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뢰디거는 이후 피터 브라운, 마크 맥대니얼과 함께 쓴 책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원제 Make It Stick, 2014, 국내는 와이즈베리에서 출간)에서, 필요한 순간에 다시 꺼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지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펴보지 말고 먼저 떠올려 보십시오
이 원리를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책이나 노트를 다시 펼치기 전에 먼저 빈 종이나 메모장에 배운 내용을 스스로 써 내려가 보는 방식입니다.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그 지점이 바로 다시 공부해야 할 곳입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방금 배운 내용을 설명해 보거나,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답해 보는 것도 같은 원리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한 번에 몰아서 인출하기보다 하루, 며칠, 일주일 간격을 두고 나누어 반복하면 망각을 늦추는 효과가 더해집니다.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가 소개한 이 연구에 따르면, 누적된 소규모 퀴즈는 복리 이자처럼 쌓여 장기적인 기억 유지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연구는 2006년 이후로도 계속 검증대에 올랐습니다. 2011년에는 실제 교실 수업에 적용한 후속 연구가 발표되었고, 2021년에는 여러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메타분석에서도 인출 연습의 효과가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하나의 실험실 결과에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검증된 셈입니다.
다음 공부 시간에는 책을 펼치기 전에 잠시 멈추고, 배운 내용을 먼저 떠올려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만합니다.
출처
- Roediger, H. L., & Karpicke, J. D. (2006). Test-enhanced learning: Taking memory tests improves long-term re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Science of learning book offers tips to ‘Make it Stick’” (2014년 4월), Brown, Roediger, McDaniel의 저서 《Make It Stick》(국내명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와이즈베리, 2014) 소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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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인출 연습은 모든 과목에 효과가 있나요?
뢰디거와 카피키의 2006년 연구는 산문 형태의 학습 자료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후 후속 연구에서는 단순 암기뿐 아니라 개념 이해가 필요한 학습에서도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자료의 성격에 따라 효과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출 연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특별한 도구 없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책을 덮고 방금 읽은 내용을 백지에 써 보거나,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답해 보는 것만으로도 인출 연습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