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의 세 노트, 루만의 것이 아니었다

니클라스 루만의 초상 사진

니클라스 루만의 초상 사진

제텔카스텐은 최근 메모 앱과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다시 주목받으면서, 임시 노트·문헌 노트·영구 노트라는 세 단계 분류법으로 자주 소개됩니다. 이 분류가 마치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직접 설계한 공식처럼 인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루만이 실제로 남긴 메모 상자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세 단계 분류, 정말 루만이 만들었을까

온라인에 떠도는 제텔카스텐 소개 글은 대부분 같은 순서를 따릅니다. 읽거나 떠오른 생각을 임시 노트에 적고, 책이나 글을 읽은 내용을 문헌 노트로 옮기고, 그중 오래 남길 것만 골라 영구 노트로 정리해 서로 연결한다는 세 단계입니다. 이 틀이 루만의 원래 방법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소개되는 글이 많다 보니, 루만이 처음부터 이 세 이름을 정해두고 메모를 분류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루만이 실제로 쓴 것은 상자 두 개였다

루만(1927~1998)은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로 지내며 70권이 넘는 책과 400여 편의 논문을 남겼습니다. 그가 실제로 운영한 것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상자 두 개였습니다. 하나는 읽은 자료의 저자·제목·쪽수만 적어두는 참고문헌 상자였고, 다른 하나는 그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쓴 생각을 모아두는 메인 상자였습니다. 1950년대부터 1963년까지 만든 첫 상자에는 참고문헌 카드 약 1,800장과 메인 카드 약 23,000장이 쌓였고, 1963년부터 세상을 떠난 1998년까지 이어간 두 번째 상자에는 참고문헌 카드 약 16,000장과 메인 카드 약 66,000장이 더해져, 두 상자를 합쳐 9만 장이 넘는 메모가 남았습니다. 분류 기준도 주제가 아니라 위치였습니다. 첫 메모에 1이라는 번호를 붙이고 그 메모에서 이어지는 생각에는 1a, 1a1처럼 번호를 덧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어디에 어떤 주제가 있는지보다 어떤 메모에서 어떤 메모로 이어지는지를 남겼습니다. 루만은 1981년에 쓴 글에서 이 상자를 두고 스스로 생각지 못한 연결을 되비추는 ‘소통 상대’라고 표현했습니다.

임시·문헌·영구 노트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나

지금 흔히 쓰이는 세 단계 이름은 2017년 죙케 아렌스가 「How to Take Smart Notes」에서 루만의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이름입니다. 아렌스는 루만이 남긴 메모와 기록을 살펴 그 작업 흐름을 임시 노트, 문헌 노트, 영구 노트라는 세 단계로 재정리해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이 나온 뒤로도 메모 사이에 링크를 걸어주는 기능을 갖춘 디지털 도구는 한동안 드물었고, 이런 기능이 여러 메모 앱에 보편화된 시점은 2022년을 넘어서면서였습니다. 그 사이 아렌스가 정리한 세 단계 이름이 루만 본인의 두 상자 구조보다 훨씬 널리 퍼져, 지금은 이 이름이 마치 원조처럼 통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방식에서 가져올 것

노트 앱의 폴더 기능을 붙잡고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하는 대신, 메모와 메모를 서로 연결하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원래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읽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기보다 자신의 언어로 한 번 다시 쓰는 과정에서 루만이 상자를 두 개로 나눈 이유가 드러납니다. 참고문헌과 생각을 뒤섞지 않고 따로 두었을 때, 나중에 그 생각을 다시 살펴볼 여지가 남는다는 점입니다. 오늘 읽은 글 한 편을 요약하는 대신, 그 글이 이전에 적어둔 다른 메모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세 단계 이름표를 따라가기보다, 상자를 왜 두 개로 나눴는지를 이해하는 편이 이 방식을 오래 쓰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구매자에게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제텔카스텐은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 1950년대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간 개인 메모 상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루만은 이 상자를 이용해 70권이 넘는 책과 400여 편의 논문을 남겼습니다.

임시 노트, 문헌 노트, 영구 노트라는 구분도 루만이 만든 건가요?

아닙니다. 이 세 가지 이름은 2017년 죙케 아렌스가 「How to Take Smart Notes」에서 루만의 작업 방식을 정리하며 붙인 이름입니다. 루만 자신은 참고문헌 상자와 메인 상자, 두 종류로만 나누었습니다.

디지털 메모 앱에서도 같은 방식이 통하나요?

메모끼리 링크를 걸 수 있는 기능은 2022년 무렵부터 여러 도구에 보편화되었습니다. 다만 어떤 도구를 쓰든 핵심은 소프트웨어 기능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자기 언어로 다시 쓰고 서로 연결하는 습관에 있습니다.

출처

같이 읽어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