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획을 시작하기 전, 그 계획이 이미 실패했다고 먼저 선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프리모텀’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실패 원인을 사후에 찾는 대신 계획 단계에서 미리 거꾸로 추적합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그 배경에는 1989년 심리학 연구와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가 있습니다.
왜 실패를 먼저 상상하면 판단이 달라지는가
1989년 데버라 미첼, 제이 러소, 낸시 페닝턴 세 연구자는 ‘전망적 후견지명’이라는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원인을 추측할 때보다, 그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거꾸로 원인을 되짚을 때 사람들은 올바른 이유를 30% 더 많이 찾아냈습니다. 같은 실험에서는 결과가 확실하다고 전제했을 때 사람들의 설명이 더 길어지고, 실제 있었던 일화에 기반한 이유를 더 많이 포함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이 연구는 학술지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에 실렸습니다.
2007년, 심리학자 개리 클라인은 이 발견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에서 실무 절차로 정리했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계획을 다 설명한 팀에게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상상해 보라”고 요청한 뒤, 왜 실패했는지 각자 이유를 적어 내게 합니다. 클라인은 이 절차가 효과를 내는 배경으로 심리적 요인을 꼽았습니다. 계획 단계에서 우려를 말하기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프로젝트가 이미 실패했다고 전제하면 반대 의견을 내는 일이 비판이 아니라 절차의 일부가 됩니다.
2010년 베이노트, 클라인, 위긴스가 함께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도 프리모텀 조건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순 비판이나 장단점 나열 조건보다 과도한 확신이 더 크게 줄었다고 확인됐습니다(개리 클라인, 2021년 1월 14일 자 사이콜로지 투데이 기고).
검증된 것은 계획 단계의 팀 프로젝트였다
위 연구들이 확인한 것은 특정 조건에 한정됩니다. 미첼 등의 1989년 실험과 클라인의 2007년 절차 모두, 아직 실행하지 않은 계획을 여러 명이 함께 검토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클라인 본인도 이 기법이 기업 이사회, 산불 진화 작전, 육군 프로그램, 월가 조직에서 쓰인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 역시 전부 팀 단위 의사결정입니다.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간에 점검하거나, 한 사람이 혼자 내리는 결정에 같은 크기의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위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프리모텀의 핵심 기제로 꼽히는 것이 반대 의견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인 만큼, 애초에 반대 의견을 낼 다른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 같은 기제가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내 결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법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획이 아직 확정 전 단계인지가 먼저입니다. 클라인이 다룬 사례는 전부 계획을 확정하기 직전이었습니다. 함께 검토할 사람이 있는지도 조건입니다. 여러 관점이 모일 때 오류를 더 많이 찾아낸다는 것이 1989년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반대 의견을 내도 불이익이 없는 분위기인지도 살펴야 합니다.
조건이 갖춰졌다면 절차는 클라인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한 순서를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진행자가 먼저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총체적으로, 민망할 만큼 실패했다고 선언합니다. 참가자 각자는 약 10분 동안 실패 이유를 혼자 적습니다. 다 쓰고 나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적은 이유를 발표하고, 나온 이유들을 모아 정리합니다. 클라인은 이 전체 절차에 20~30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프리모텀은 계획을 확정하기 전, 여러 사람이 반대 의견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자리에서 가장 분명한 효과를 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프리모텀은 누가 만들었나요?
심리학자 개리 클라인이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에서 절차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그 바탕이 된 전망적 후견지명 개념은 1989년 데버라 미첼, 제이 러소, 낸시 페닝턴의 연구에서 먼저 확인됐습니다.
효과가 실제로 확인됐나요?
1989년 연구에서는 미래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원인을 올바르게 찾아내는 비율이 30% 높아졌습니다. 2010년 후속 연구에서도 단순 비판보다 과도한 확신을 줄이는 효과가 더 컸다고 확인됐습니다. 다만 두 연구 모두 팀 단위 계획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혼자 결정할 때도 쓸 수 있나요?
위 연구들은 여러 명이 함께 검토하는 상황을 다뤘기 때문에, 혼자 내리는 결정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출처
- Mitchell, D. J., Russo, J. E., & Pennington, N. (1989). Back to the Future: Temporal Perspective in the Explanation of Events.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2(1), 25-38.
- Klein, G. (2007).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Harvard Business Review, 85(9), 18-19.
- Klein, G. (2021, January 14). The Pre-Mortem Method. Psychology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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