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뉴욕 지하철 정책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낙서를 지우고 무임승차를 단속했더니 강력 범죄까지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의 뿌리에는 1982년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과 범죄학자 조지 켈링이 애틀랜틱 먼슬리 3월호에 쓴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이 실험으로 검증된 것은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2008년이었고, 검증된 내용과 뉴욕에서 벌어진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흐로닝언 골목에서 실제로 셌던 숫자
사회심리학자 케이스 케이제르, 시그바르트 린덴베르흐, 린다 스테흐는 200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무질서의 확산’에서 네덜란드 흐로닝언 곳곳에서 여섯 개의 현장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두는 골목에 낙서 없는 벽과 낙서로 덮인 벽을 각각 준비하고, 주차된 자전거 손잡이에 광고 전단을 끼워 두었습니다. 근처에 쓰레기통은 두지 않았습니다. 벽이 깨끗했을 때는 33퍼센트가 전단을 바닥에 버렸고, 벽에 낙서가 있었을 때는 69퍼센트가 버렸습니다(χ²=20.37, p<0.001). 우편함 실험에서는 5유로 지폐가 보이는 봉투를 꽂아 두고 지나가는 사람이 가져가는지 지켜봤습니다. 우편함 주변이 깨끗했을 때 절도율은 13퍼센트였고, 우편함에 낙서가 있을 때는 27퍼센트, 주변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을 때는 25퍼센트로 올라갔습니다. 낙서나 쓰레기는 절도와 아무 관련이 없는 규범인데도 절도율이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책상 위 서류 한 장이 다음 행동을 정하는 방식
연구진이 강조한 지점은 무질서가 같은 종류의 규범 위반만 부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낙서라는 규범 위반을 본 사람이 전혀 다른 규범인 절도까지 어긴 것처럼, 어질러진 환경 하나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행동까지 끌어당깁니다. 개인의 책상이나 방에도 비슷한 경로가 있을 법합니다. 서류 더미를 며칠 방치해 두면 그 옆에 다 마신 컵을 두는 일, 마감을 하루 미루는 일, 정리하지 않은 채 다음 일로 넘어가는 일이 잇따라 쉬워집니다. 반대로 쌓인 것 중 눈에 가장 잘 띄는 하나만 먼저 치우면, 다른 자잘한 행동까지 함께 다잡히는 경우가 실험 결과와 더 가깝습니다. 방 전체를 한 번에 정리하겠다는 계획보다 잘 보이는 곳 하나를 정돈하는 쪽이 다음 선택에 더 분명한 영향을 줍니다.
정책 효과와 심리 기제를 같은 것으로 읽을 때
케이제르 등은 논문 서두에서 그때까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상관관계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미국 국가연구위원회조차 이 이론을 강하게 지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는 점을 분명히 적었습니다. 뉴욕의 무관용 정책이 범죄율 하락에 기여했다는 증거도 약하다고 함께 밝혔습니다. 즉 2008년 실험이 확인한 것은 무질서 신호가 다른 규범 위반을 유도한다는 심리 기제이지, 낙서를 강하게 단속하면 범죄가 준다는 정책적 주장이 아닙니다. 이 둘을 하나로 묶어 ‘깨진 유리창 하나가 도시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식으로 옮기면 실험이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사실처럼 다루게 됩니다. 개인 차원에 적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질러진 방 하나가 인생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비약보다는, 눈에 보이는 무질서 하나가 다음 선택 하나에 영향을 준다는 좁은 범위로 읽는 편이 실험 결과에 가깝습니다.
효과의 크기는 상황과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책상 위 무질서 하나를 치우는 일을 범죄 예방 정책과 같은 무게로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깨진 유리창 이론은 누가 처음 주장했나요?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과 범죄학자 조지 켈링이 1982년 애틀랜틱 먼슬리 3월호에 실은 ‘깨진 유리창: 경찰과 동네의 안전’이라는 글에서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 이론은 실험으로 확인된 것인가요?
이론 자체는 오랫동안 상관관계 연구에 머물러 있었고, 2008년 케이제르, 린덴베르흐, 스테흐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현장실험에서 처음으로 인과적인 근거가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무질서가 다른 규범 위반을 유도한다는 심리 기제를 보여준 것이지, 무관용 정책의 효과를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는 어떻게 적용하나요?
책상이나 작업 공간에서 눈에 띄는 무질서 하나를 먼저 없애는 방식이 실험 결과에 가깝습니다. 방 전체를 한 번에 정리하겠다는 계획보다 잘 보이는 곳 하나를 정돈하는 쪽이 다음 행동에 더 분명한 영향을 줍니다.
출처
James Q. Wilson, George L. Kelling, “Broken Windows: The Police and Neighborhood Safety,” The Atlantic Monthly, 1982년 3월호(Vol. 249, pp. 29-38).
Kees Keizer, Siegwart Lindenberg, Linda Steg, “The Spreading of Disorder,” Science, Vol. 322, No. 5908(2008), pp. 1681-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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