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회피는 같은 크기의 이득과 손실을 마주했을 때, 손실 쪽을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을 가리킵니다. 만 원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만 원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현상이며, 이 비대칭은 투자를 결정하거나 이직을 저울질하는 순간, 구독 서비스를 해지할지 말지 망설이는 순간마다 은근히 끼어듭니다.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만, 이 차이를 누가 처음 수치로 확인했는지, 그리고 그 수치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는지는 따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효용이론과 다른 그림을 그린 1979년 논문
이 개념을 이론으로 처음 정리한 사람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입니다. 두 사람은 1979년 학술지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한 논문 「전망 이론: 위험 하에서의 의사결정 분석」에서, 사람들이 위험이 걸린 선택 앞에서 기존 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과는 다르게 판단한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논문에 제시된 예시를 보면, 천 원을 잃는 아픔을 상쇄하려면 대략 이천 원을 얻어야 한다는 식으로 손실 쪽에 매겨지는 심리적 무게가 이득 쪽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무거웠습니다. 이 이론의 가치 함수 그래프에서도 손실 구간의 곡선이 이득 구간보다 더 가파르게 그려지는데, 같은 크기라도 손실이 더 크게 반영된다는 뜻입니다. 이 공로로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함께 연구했던 트버스키는 1996년 세상을 떠나 수상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020년 대규모 재현 실험에서 남은 것과 흐려진 것
이론은 오래됐지만, 그 실험이 지금도 재현되는지를 확인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컬럼비아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의 카이 루게리 교수 연구팀은 19개국, 13개 언어권에서 4,098명을 대상으로 전망 이론의 핵심 대비들을 다시 검증했고, 그 결과를 2020년 5월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발표했습니다. 소수의 참가자로 진행됐던 1979년 원 실험과 달리, 이번 재현은 훨씬 넓은 문화권에서 같은 대비가 유지되는지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이론의 중심 주장을 직접 검증한 항목에서는 약 90퍼센트가 원래와 같은 방향으로 재현되었습니다. 다만 일부 효과의 크기는 1979년 원 실험보다 약하게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표본을 모은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방향은 유지되지만 크기는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비대칭을 실제 선택 앞에서 다루는 법
손실 회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것이 지금 내리는 결정에 끼어들고 있는지 알아채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선택지를 얻는 틀과 잃는 틀로 각각 바꿔 말해 보면 판단이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달라진다면 그 결정은 손실 회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신호로 볼 만합니다. 무료 체험 후 자동으로 결제되는 구독을 해지하지 못하고 미루는 일, 손실을 확정 짓기 싫어 물러서야 할 투자를 붙들고 있는 일도 이 비대칭과 자주 겹칩니다. 이미 들어간 비용 때문에 물러서지 못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든 이직이든, 예상되는 손실의 크기를 실제 확률과 분리해서 한 번 더 적어 보는 절차만으로도 그 무게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손실 회피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금 판단에 얼마나 끼어들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결정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 같은 선택을 반대 방향에서도 똑같이 판단할지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은, 손실 회피가 판단을 얼마나 밀어붙이고 있는지 가늠하는 데 흔히 권해지는 방법입니다.
효과의 크기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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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손실 회피는 누가 처음 제시했나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9년 전망 이론 논문에서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 공로로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손실이 이득보다 정확히 몇 배 크게 느껴지나요?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원 논문에 실린 예시를 기준으로 보면 대략 두 배 안팎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배율은 사람과 상황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 이론이 지금도 재현되나요?
2020년 19개국 4,098명을 대상으로 한 재현 연구에서 핵심 대비의 약 90퍼센트가 같은 방향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효과 크기는 연구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출처
- Daniel Kahneman & Amos Tversky,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Vol. 47, No. 2 (1979), pp. 263-291.
- Wikipedia, “Prospect theory” 항목 (전망 이론의 손실 회피 정의 및 배율 확인)
- Columbia University Mailman School of Public Health, “Global Study Confirms Influential Theory Behind Loss Aversion,” 2020.05.18 (Kai Ruggeri 외, Nature Human Behaviour 게재 연구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