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스태터의 법칙, 계획 오류가 아니다

호프스태터의 법칙, 계획 오류가 아니다

호프스태터의 법칙은 소프트웨어 개발 팀 사이에서 특히 자주 인용되는 문장입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처럼 예정보다 한참 늦게 끝난 대형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도 이 이름이 함께 등장합니다. 다만 이 문장은 계획 오류와 같은 개념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개념은 태어난 배경부터 다릅니다.

1979년, 체스 컴퓨터를 둘러싼 문장

호프스태터의 법칙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1979년 저서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에서 남긴 문장입니다. 체스를 두는 컴퓨터가 언제쯤 인간 최정상급 실력에 이를지 논의하는 대목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십 년 안에 컴퓨터가 정상급 실력에 도달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십 년이 지날 때마다 정상급은 다시 “십 년 뒤”로 미뤄지는 예측이 반복됐습니다. 호프스태터는 이 현상을 보고 “일은 예상보다 항상 오래 걸린다, 호프스태터의 법칙을 감안해도 그렇다”는 자기지시적 문장을 남겼습니다. 원래는 시간 관리 조언이 아니라 인공지능 연구를 지켜보며 떠오른 관찰이었습니다. 「괴델, 에셔, 바흐」는 스스로를 다시 참조하는 고리를 책 전체의 주제로 다루는데, 이 법칙 역시 예측을 감안한 예측조차 다시 빗나간다는 점에서 그 구조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계획 오류와는 뿌리가 다르다

계획 오류는 같은 해인 1979년,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별도로 제시한 인지 편향입니다. 이 개념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은 1994년 로저 뷸러였습니다. 심리학 대학원생 37명에게 졸업논문을 언제 끝낼지 예측하게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평균 33.9일이면 끝날 것으로 봤고 최악의 경우로 잡아도 48.6일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완성까지는 평균 55.5일이 걸렸고, 자신이 예측한 기한 안에 끝낸 사람은 열 명 중 셋 정도에 그쳤습니다. 호프스태터의 법칙은 컴퓨터 예측을 지켜보다 남긴 아포리즘이고, 계획 오류는 이렇게 실험으로 측정된 편향이라는 점에서 계보가 갈립니다.

왜 자꾸 같은 것으로 섞이는가

두 개념 모두 ‘필요한 시간을 낮춰 잡는다’는 같은 현상을 가리키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구분 없이 인용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원문이 실린 책이나 논문 대신 짧은 문장만 퍼지면서 최초 맥락, 즉 한쪽은 체스 컴퓨터 논의이고 다른 한쪽은 대학원생 대상 실험이었다는 배경이 함께 지워졌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글에서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예정보다 십 년 늦게 완공되며 예산이 7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안팎으로 불어난 사례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이 2011년 개항 예정에서 2020년 개항으로 미뤄지며 예산이 28억 유로대에서 100억 유로 안팎으로 늘어난 사례를 두 개념 모두의 증거로 함께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측을 고칠 때 실제로 통하는 방법

1994년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보게 했을 때도, 그 최악의 예상치(48.6일)조차 실제 완성 시간(55.5일)에 못 미쳤습니다. 뷸러와 동료들이 2012년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는 다른 접근이 나왔는데, 자기 자신이 아니라 제3자가 그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한을 예측하게 했을 때 예측이 더 길어지고 정확도도 올라갔습니다. 낙관적인 계획보다 방해 요소에 눈길이 가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간 결과였습니다. 실무에서 옮겨볼 만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기한을 하나의 숫자 대신 범위로 잡는 것, 그리고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쪼개 단위별로 따로 예측하는 것입니다. 범위로 말하면 처음부터 불확실성이 드러나 있어 나중에 일정이 밀려도 계획 자체가 틀렸다고 느끼는 정도가 줄고, 단위를 쪼개면 큰 덩어리 하나를 어림잡을 때보다 빠진 항목을 찾아내기가 쉬워집니다. 호프스태터의 법칙은 예측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예측부터 의심하고 여유를 미리 설계해 두라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호프스태터의 법칙과 계획 오류는 같은 말인가요?

아닙니다. 호프스태터의 법칙은 1979년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체스 컴퓨터 논의 중 남긴 자기지시적 문장이고, 계획 오류는 같은 해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제시한 뒤 1994년 로저 뷸러의 실험으로 측정된 인지 편향입니다. 가리키는 현상은 비슷하지만 나온 경로가 다릅니다.

이 법칙을 안다고 예측이 정확해지나요?

뷸러의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최악의 경우를 미리 예상해 봐도 실제 완성 시간인 평균 55.5일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법칙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범위로 추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예측해 보는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써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아닌 곳에도 적용되나요?

원래는 체스 컴퓨터를 둘러싼 논의에서 나왔지만, 뷸러의 실험 대상은 졸업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이었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처럼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해서 보고되었습니다.

출처

  • Wikipedia, “Hofstadter’s law”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1979년 「괴델, 에셔, 바흐」에서 제시한 정의와 체스 컴퓨터 관련 맥락 확인
  • Wikipedia, “Planning fallacy” —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1979년 제시, 로저 뷸러의 1994년 졸업논문 완성 시간 실험 수치 확인
  • Buehler, Griffin, Lam & Deslauriers (2012),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 제3자 시점 상상이 완료 시간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는 후속 연구 결과 확인
  • TechTarget, “What is Hofstadter’s law?”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 사례 및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관리 적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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