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 의지가 아니라 감정 조절의 문제

미루기, 의지가 아니라 감정 조절의 문제

미루기는 흔히 의지가 약하거나 시간 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문제로 여겨집니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도 다른 일을 붙잡고,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손을 대지 못하는 모습은 게으름의 증거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캐나다 칼턴대학교의 티모시 파이클과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푸시아 시로이스가 2013년 발표한 이론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두 연구자에 따르면 미루기는 시간 계획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 조절의 실패에 가깝습니다.

미루기, 감정을 피하려다 시간을 잃는 구조

파이클과 시로이스는 논문 「Procrastination and the Priority of Short-Term Mood Regulation: Consequences for Future Self」에서, 사람이 특정 과제를 미룰 때 그 과제 자체보다 그 과제가 불러오는 감정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고서 작성이 지루하거나, 실패에 대한 불안이 크거나,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뇌는 그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쪽을 먼저 선택합니다. 그 회피는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 잠시 기분이 나아집니다. 문제는 그 대가가 지금이 아니라 나중의 자신에게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두 연구자는 미루는 사람이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더 잘 대처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로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구조를 하루 계획에 적용하려면

이 이론이 실천에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미루는 일이 생기면 일정표를 새로 짜는 대신, 그 일을 떠올릴 때 올라오는 감정이 무엇인지 먼저 짚어야 합니다. 막막함이라면 과제를 더 작은 단위로 쪼개 다음 행동을 구체화하고, 실패에 대한 불안이라면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을 허용하는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식입니다. 2025년 영국심리학회지(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실린 에바 비바토프스카 연구팀의 조사는 이 방향을 뒷받침합니다. 20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미루기 경향과 정서조절 어려움 사이의 상관관계가 r=.527(p<.001)에 달하며, 주의 통제 능력과 미루기의 관계는 정서조절 어려움과 자발적 주의산만을 거쳐서만 유의미하게 설명된다는 결과를 냈습니다.

적용 과정에서 자주 무너지는 지점

이 접근이 자주 무너지는 지점은 미룬 자신을 다그치는 순간입니다.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몰아붙이면 죄책감과 수치심이 커지는데, 이 부정적 감정이 다음 과제를 더 회피하고 싶게 만드는 연료가 됩니다. 캐나다 칼턴대학교 연구팀 월(Wohl), 파이클(Pychyl), 베넷(Bennett)이 2010년 학술지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발표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대학 신입생 119명을 첫 시험 전부터 다음 시험 전까지 추적한 결과, 첫 시험을 앞두고 미룬 자신을 스스로 용서한 학생일수록 다음 시험 전에는 미루는 정도가 줄었습니다. 자책 대신 자기 용서가 부정적 감정을 낮추면서 다음 행동을 더 쉽게 만든 셈입니다. 결국 미루기를 줄이는 첫걸음은 시간표가 아니라, 그 과제 앞에서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지난 미룸을 다그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미루기가 감정 조절의 문제라는 주장은 누가 처음 제시했나요?

캐나다 칼턴대학교의 티모시 파이클과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푸시아 시로이스가 2013년 학술지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시간 관리 도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왜 부족한가요?

2025년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루기 경향은 정서조절 어려움과 강한 상관관계(r=.527)를 보여, 일정 관리 도구만으로는 회피의 원인이 된 감정을 다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룬 자신을 다그치면 미루기가 줄어드나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2010년 캐나다 칼턴대학교 연구팀(월, 파이클, 베넷)이 대학 신입생 119명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미룬 자신을 다그친 학생보다 스스로 용서한 학생일수록 다음 시험 전에는 미루는 정도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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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irois, F. M., & Pychyl, T. A. (2013). Procrastination and the Priority of Short-Term Mood Regulation: Consequences for Future Self.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7, 115-127.
  • Jaffe, E. (2013). Why Wait? The Science Behind Procrastination.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APS) Observer. https://www.psychologicalscience.org/observer/why-wait-the-science-behind-procrastination
  • Wiwatowska, E., Prost, M., Coll-Martín, T., & Lupiáñez, J. (2025). Is poor control over thoughts and emotions related to a higher tendency to delay tasks? The link between procrastination, emotional dysregulation and attentional control.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116(4), 807-830.
  • Wohl, M. J. A., Pychyl, T. A., & Bennett, S. H. (2010). I forgive myself, now I can study: How self-forgiveness for procrastinating can reduce future procrastinat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8, 80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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