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을 위협하는 가상의 전염병 문제가 있습니다. 한 집단에게는 “200명을 구한다”는 표현으로 선택지를 제시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똑같은 결과를 “400명이 죽는다”는 표현으로 제시했습니다. 숫자는 정확히 같았지만 선택은 갈렸습니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이 결과에 틀짜기 효과(프레이밍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구한다는 말과 죽는다는 말이 가른 선택
1981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 실험에서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같은 문제를 두 가지 틀로 나눠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틀에서는 “200명을 확실히 구하는 방안”과 “33% 확률로 600명 모두를 구하지만 66% 확률로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방안” 중 하나를 고르게 했고, 응답자의 72%가 확실한 쪽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 틀에서는 같은 결과를 “400명이 확실히 죽는 방안”과 “33%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지만 66% 확률로 600명 모두 죽는 방안”으로 바꿔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78%가 도박에 가까운 쪽을 택했습니다. 두 문제의 실제 결과는 완전히 같았고, 가상의 설정일 뿐 실제 질병 통계는 아니었습니다. 바뀐 것은 “구한다”와 “죽는다”라는 단어뿐이었습니다.
위험이 섞인 선택에서는 36개국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왔다
이 결과가 우연이나 번역 문제가 아닌지 확인하려는 대규모 재현 작업이 2018년 발표됐습니다. 리처드 클라인 등 연구팀이 이끈 매니 랩스 2 프로젝트는 36개 나라, 125개 표본, 1만 5,305명을 대상으로 이 질병 문제를 다시 물었습니다. 질문지에서 “아시아”라는 표현과 “미국”이라는 국가명은 지웠고, 조사가 이뤄지는 나라 이름으로 바꿔 넣었습니다. 1981년 원 연구의 효과크기는 d=1.13[0.89, 1.37]이었는데, 재현에서는 d=0.58[0.52, 0.71]로 나타났습니다. 선택이 갈리는 방향 자체는 36개국에서 그대로 유지됐지만, 그 폭은 원래 보고된 수치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설득하려는 문구로 가면 흔들렸다
이 효과가 모든 “다르게 말하기”에서 똑같이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윈 레빈 등 연구팀은 2002년, 참가자 102명에게 일주일 간격을 두고 위험이 섞인 선택형 틀, 제품 속성을 설명하는 속성형 틀, 설득을 목적으로 쓰는 목표형 틀을 모두 경험하게 했습니다. 위험이 섞인 선택형과 속성 설명형에서는 효과가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이렇게 하면 좋습니다”처럼 설득을 목적으로 쓰인 목표형 틀에서는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세 유형 사이의 상관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종류의 선택이냐에 따라 틀짜기에 흔들리는 정도가 달랐다는 뜻입니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어느 쪽인지 가늠하는 법
표현을 정교하게 다듬으면 이 효과가 사라질 거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데이터 콜라다 블로그에 소개된 조지프 시먼스와 레이프 넬슨의 재현 실험은 “정확히”라는 단어를 넣어 “적어도”라는 식의 오해를 없앤 뒤에도 효과가 유지되는지 살폈는데, 표본을 늘린 재현에서도 선택은 여전히 크게 갈렸습니다(p<.001). 이 결과는 학술지 심사를 거친 논문이 아니라 블로그로 공개된 재현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확률이나 손익이 섞인 선택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문구에 가까운지 구분해보고, 같은 선택지를 반대 틀로 바꿔 다시 적어본 뒤 마음이 바뀌는지 확인하는 쪽이 표현 자체보다 선택의 이유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 글에서 다루는 질병 문제는 실제 의학 정보인가요?
아닙니다. 1981년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제시한 질병 문제는 가상의 사고 실험으로 설계된 것이며, 실제 질병 통계나 치료법과는 무관합니다. 의학적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틀짜기 효과는 모든 선택에서 똑같이 강하게 나타나나요?
아닙니다. 2002년 레빈 등 연구팀에 따르면 위험이 섞인 선택형과 제품 속성을 설명하는 속성형 틀에서는 효과가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설득을 목적으로 쓰는 목표형 틀에서는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표현을 정교하게 다듬으면 이 효과가 사라지나요?
데이터 콜라다 블로그에 소개된 재현 실험에서는 “정확히”라는 단어로 오해의 여지를 줄인 뒤에도 선택이 크게 갈렸습니다. 다만 이 재현은 학술지 심사를 거친 논문이 아니라 블로그로 공개된 결과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출처
- Tversky, A., &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 Science, 211(4481), 453-458 — 질병 문제 실험에서 구하는 틀 72%/28%, 죽는 틀 22%/78% 선택 비율을 확인했습니다.
- Klein, R.A., Vianello, M., Hasselman, F., et al. (2018), “Many Labs 2: Investigating Variation in Replicability Across Samples and Settings,” Advances in Methods and Practices in Psychological Science, 1(4), 443-490 — 36개국 125개 표본 15,305명 재현에서 원 효과크기 d=1.13과 재현 효과크기 d=0.58을 확인했습니다.
- Levin, I.P., Gaeth, G.J., Schreiber, J., & Lauriola, M. (2002), “A New Look at Framing Effects: Distribution of Effect Sizes, Individual Differences, and Independence of Types of Effect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88(1), 411-429 — 참가자 102명을 대상으로 위험 선택형·속성형 틀은 안정적이고 목표형 틀은 불안정함을 확인했습니다.
- Simmons, J., & Nelson, L., “[11] ‘Exactly’: The Most Famous Framing Effect Is Robust To Precise Wording,” Data Colada(블로그) — “정확히”라는 표현을 추가한 뒤에도 효과가 유지됨(p<.001)을 확인했습니다. 학술지 심사를 거치지 않은 블로그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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